방산·우주항공을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7년 설립된 국내 대표 방산·항공 전문 기업으로, 한화그룹의 중추적인 계열사 중 하나다. ‘토탈 디펜스 솔루션’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지상·해상·항공·우주 등 전 영역에서 무기체계와 항공 엔진을 개발·생산하며,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K9 자주포, 누리호 발사체 핵심 부품, 군용기 엔진 등 국방 핵심 자산을 독자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무인기·위성 등 미래형 전장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항공엔진 제조·정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항공우주, 스마트팩토리, 글로벌 방산 수출 분야로 확장을 추진하며 미래 전략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3조6000억 유상증자 발표, 주가는 곤두박질
이러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20일 이례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 규모는 무려 3조 6000억 원으로, 국내 기업 유상증자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 이상 급락했고,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6조 원 가까이가 증발했다.
유상증자의 목적은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방산 분야의 미래 성장 투자다. 구체적으로는 ▲MC 스마트팩토리 구축(6000억 원), ▲무인기 엔진 개발 및 양산 설비 구축(3000억 원), ▲일반 사업장 운영자금(3001억 원), ▲해외 방산 생산능력 확보(1조 원), ▲조인트벤처 설립(6000억 원), ▲해외 조선 업체 지분 투자(8000억 원)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목적이 제시됐음에도, 투자자들과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규모에 비해 투자처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지분 투자 대상조차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신뢰 부족으로 이어졌다.
유상증자 목적?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의혹
이번 유증을 두고 일부에서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한화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지분을 인수한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지분을 매입하며 계열사 현금이 총수 지배력 확대에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족해진 자금을 다시 유상증자로 충당하면서 부담이 일반 주주에게 전가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유상증자 발표는 상법 개정안 도입 직전에 이뤄졌으며, 이는 경영권·지배구조와 관련된 책임 강화 조항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겼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수주주 보호와 관련된 조항이 강화되기에, 기업의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이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이 필요했을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기준 매출 11조 2462억 원, 영업이익 1조 7247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주 잔액도 103조 원에 달하며, 연간 EBITDA는 약 2조 원 수준으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신용평가 기관인 한국신용평가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회사가 차입을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차입을 해도 2~3년이면 갚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유증을 선택한 배경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신뢰 회복의 관건, 자금 운용의 투명성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그룹 차원의 구조 재편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주 설득, 정보 공개, 소통 측면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앞으로 이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가 '성장 발판'으로 기억될 수도 있고, '지배구조 논란'의 상징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과 우주항공이라는 국가 전략 산업의 중심에 있는 만큼, 책임 있는 경영과 소수주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