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수명은 여전히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평균 10년 이상을 질병이나 장애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초고령 사회에서 ‘얼마나 오래’보다 ‘어떻게 건강하게’가 중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건강수명과 건강 문해력의 현실, 정책 과제,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건강관리 역량을 집중 조명합니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격차
통계청의 2022년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입니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남성 65.1세, 여성 66.6세로, 기대수명과 10년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생애 마지막 10년 이상을 만성질환이나 장애와 함께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역 간 격차도 커서, 서울은 건강수명이 가장 높은 반면 부산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건강수명은 단순히 병원에 덜 가는 시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의 개념을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well-being’, 즉 전반적인 삶의 질과 기능 유지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을 수립해 건강수명 연장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건강 문해력 향상, 사회참여 기회 확대, 지역 건강 형평성 제고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민의 건강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건강수명의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생활 환경, 교육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개입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지금,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다층적 접근이 시급합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대수명 증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료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생활습관 변화, 예방 중심의 정책, 맞춤형 건강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출발점은 바로 개인의 건강수명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건강 문해력의 중요성과 현실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이란 단순히 건강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의미합니다. 최근 건강 문해력은 장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이 역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중 약 40%가 병원 설명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복약 지시를 혼동해 약물 오남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의료정보 이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리스크와 직결된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여겨져야 합니다.
건강 문해력이 낮은 고령자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병이 악화되기 쉽고, 이로 인해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일 수가 늘어나는 등 의료비 부담도 증가합니다. 이는 결국 국가 보건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또한 팬데믹 이후 보건 시스템이 디지털화되면서 고령자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생겼습니다. 온라인 예약, 건강 앱 사용, 비대면 진료 등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고, 디지털 건강 문해력 역시 건강 관리에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결국 건강 문해력은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공의 문제입니다. 의료 기관은 고령자 눈높이에 맞는 안내 시스템을 갖추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맞춤형 건강 교육을 제공하며, 디지털 접근성까지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헬스 시대의 새로운 격차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측정하고, 앱으로 운동량을 기록하며, 병원 진료도 모바일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고령자와 정보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디지털 건강 리터러시가 낮은 이들은 의료 정보에서 배제되고,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확산되고, QR코드, 모바일 앱, 온라인 예약 시스템 등이 일반화되었지만, 고령자 다수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필요한 서비스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기술 부족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접근권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기기 사용 교육과 함께 건강 관련 기능 중심의 앱 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공공기관이나 지역 보건소, 복지관 등이 중심이 되어 디지털 건강문해력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개인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시에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사용자의 다양성을 고려한 UI/UX 설계를 도입해야 합니다. 고령자나 장애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음성 안내, 큰 글씨 등은 필수 요소입니다. 사용자 중심 설계는 곧 서비스의 접근성을 좌우하며, 궁극적으로 건강 수명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정부 차원의 디지털 포용 정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인 캠페인보다 지속적인 커뮤니티 중심의 교육과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 전반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통해 고령자들도 건강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디지털 헬스 시대에 진입한 지금, 기술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길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단지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고령자의 삶의 질을 건강, 기능, 심리적 안녕감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삶의 질은 단지 질병의 유무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걷고, 먹고, 사람을 만나고, 웃을 수 있는 일상 기능이 유지되어야 진정한 건강한 노년입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망, 참여 기회, 자율성과 같은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고령자들은 소외되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책도 변화해야 합니다. 의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시스템을 확대하고, 고령자 스스로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일자리, 여가, 교육,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 참여 통로가 존재해야 삶의 활력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의 젊은 세대 중심, 고학력자 중심 콘텐츠가 아니라 고령자 맞춤형 언어와 구조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반복적으로 설명하며, 질문을 환영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변화는 ‘고령자는 더 이상 배울 수 없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입니다. 고령자도 배울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사회 전반에 심어야 하며, 이는 건강 리터러시 향상의 첫걸음입니다. 가치 있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정보 출처: 알쓸쩐담 경제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