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0.58%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융시장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 증가가 두드러지며, 경기 둔화와 금리 부담 속에서 자산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은행권 연체율 상승 배경과 현황
2025년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1월 이후 약 6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단기간에 이처럼 높은 수치로 오르는 것은 금융권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신규 연체 발생액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증가하면서도 전체 연체율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연체율 증가는 대출 구조가 복합적이고 경제 환경에 민감한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0%로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0.84%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업황 악화 외에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실질적 회복이 아직 요원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으며, 중소법인의 연체율은 0.90%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정책이 종료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일 가능성도 크다. 고금리 부담이 누적되며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은행권에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 및 매각을 통한 자산건전성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연체율의 지속적인 상승이 은행권 수익성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적으로 연체율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고,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 위축 등 거시경제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 있어, 금융 리스크 확산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위험 노출
이번 연체율 상승의 핵심은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연체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중소법인의 연체율은 0.90%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개인사업자는 0.76%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영업자는 고정비 부담이 큰 업종이 많아 매출이 조금만 줄어도 대출 상환 여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으로 일정 부분 연착륙했지만, 해당 지원이 종료된 이후부터는 상환 부담이 본격화되고 있다.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 가격이 모두 상승한 상태에서 금리까지 높게 유지되다 보니, 영세 사업자일수록 타격이 크다.
특히 음식점업, 도소매업, 학원업 등 전통 자영업종에서는 손님 감소와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상환 압박이 커지며, 은행 이자 납부가 밀리고 결국 연체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출 연체는 단지 금융기관의 문제를 넘어서, 해당 사업자의 신용등급 하락, 추가 자금 조달 차단, 폐업 가능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고용 감소, 소비 위축, 세수 감소 등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중소법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나 채무재조정 기구 재정비 방안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단기 연체 해결을 넘어, 구조적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가계대출 연체율과 위험 신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대출도 일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과 비슷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연체율은 0.89%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생활비 부담 증가와 고정비 지출이 커진 가운데, 소득 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대출금리 변동성이 크고, 담보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체가 한 번 발생하면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을 증가시키며, 금융 불안정성을 자극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0.29%의 연체율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고정금리 선택자’ 중심의 구조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향후 고정금리 기간 종료 시점에서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연체율 상승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높은 금리로 연결되는 ‘부정적 피드백 루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 금융기관은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리스크 신호를 신속히 포착하고, 선제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종합 관리 대책도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과도한 대출 증가 억제, 소득 대비 상환능력 강화, 대출 상품 구조 개선 등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연체율이 단순 수치가 아닌, 시장 신뢰와 경제 체력의 바로미터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체율 관리 위한 정책 방향
연체율 관리는 단지 은행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는 연체율 상승이 전체 고용, 소비, 세수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에 자산건전성 강화를 위한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연체채권 정리, 부실채권 매각 등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 대처에 가까우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출 구조의 개편과 채무조정 시스템의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만기연장 유예 조치가 종료된 상황에서 본격적인 연체 증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 예방적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 위기 전파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고, 취약 계층에게는 선제적 대응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연체율 상승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투자자 신뢰도 회복 전략도 필요하다.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자본적정성 유지, 공시 투명성 강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전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연체율 관리는 경제 회복의 기초 체력을 확인하는 지표이자, 향후 경기 사이클을 예측하는 선행 신호이기도 하다. 단순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구조적 개선과 대응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갖췄는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정보 출처: 알쓸쩐담 경제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