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여윳돈 70만원도 없다. 이자·세금·교육비에 무너진 한국 가계 현주소


중산층 여윳돈 70만원도 없는 현실, 세금·이자·교육비 부담으로 줄어드는 가계 흑자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중산층 여윳돈 감소 원인

202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산층의 여윳돈이 3분기 연속 줄어들며 5년 만에 다시 7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중산층은 일반적으로 소득 상위 40~60% 구간에 속하는 가구를 의미하며, 실질적인 ‘국민 경제의 허리’라 불리는 계층이다. 이들의 흑자액, 즉 수입에서 세금과 지출을 뺀 실제 여윳돈이 65만8000원에 그친 것이다. 문제는 소득 자체는 늘었음에도 여윳돈은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취득세·등록세 같은 비경상조세, 그리고 대출이자, 자녀 교육비 등이 중산층의 여윳돈을 갉아먹고 있다. 2019년에는 같은 계층의 여윳돈이 90만 원을 넘었지만,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격히 줄었다. 경기 회복기임에도 유독 중산층의 회복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특히 3분위 계층만 유일하게 3개 분기 연속 흑자 감소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 모두 일정 부분 회복세를 보인 반면, 중산층만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는 구조는 국가 경제 안정성에도 위험 요소가 된다.


돈 지갑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 부담

중산층의 여윳돈 감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비소비지출’이다. 이는 소비로 직접 연결되지 않지만 가계에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이다. 예를 들면 대출이자, 세금, 보험료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중산층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77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2.8%나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자 비용은 특히 다시 10만 원을 넘어서며 중산층의 금융 부담을 상징한다. 기준금리는 동결되거나 인하를 고려하는 흐름이지만, 기존에 높았던 대출 금리는 여전히 가계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 등록세 등의 비경상조세가 무려 491.8%나 증가해 5만5000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기적인 정책 영향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자산 취득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필수적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실질적으로 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산층은 집을 사고, 아이를 키우고,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책임 세대’로서 비소비지출이 다른 계층보다 절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비 지출과 생활비 압박

중산층의 또 다른 부담 요인은 교육비다. 2024년 4분기 기준으로 3분위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1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2% 증가했다. 이는 전체 평균 교육비 증가율인 0.4%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고소득층과 유사한 교육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중산층의 특성상, 자녀 사교육 및 교육 환경에 대한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이 교육비가 생활비와 겹쳐지면서 가계에 이중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식료품, 주거비, 교통비 같은 기본 생활비 역시 물가 상승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은 ‘가시적인 고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이나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득은 중상위지만 체감상 가계는 빠듯한 ‘낀 세대’인 셈이다.

교육에 대한 기대와 실질 재정 사이의 괴리는 중산층에게 경제적 스트레스를 키우는 요인이며, 이는 곧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선택은 결국 전체 소비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산층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

중산층의 소비 여력은 국가 내수 경제의 핵심이다. 이들이 외식, 쇼핑, 여행, 문화활동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유지해야 경제는 건강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여윳돈이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바로 이 ‘선택적 소비’다. 실제로 최근 몇 분기 동안 중산층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관련 산업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문제는 중산층의 소비 감소가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고정 지출이 너무 많고, 소득 증가율은 물가나 세금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산층은 점점 ‘비소비 지출 중심의 구조’로 밀려나고 있으며, 경제의 순환 고리가 끊길 위험에 처해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도 “중산층은 자가 보유율이 높고 교육비 수준도 고소득층과 비슷하다. 이들이 소비를 줄이는 건 곧 전체 내수에 큰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내수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중산층의 지갑이 다시 열려야 한다.


중산층 회복을 위한 정책 과제

중산층의 회복은 단순한 소득 증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들이 처한 구조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과도한 세금 부담 조정이다. 부동산 취득·보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구조를 정비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비 부담 완화 정책이다. 특히 중위소득 가구에 대한 보편적 지원 확대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공교육 개선이 절실하다. 셋째, 이자 비용 감소를 위한 금융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기준금리뿐 아니라 실제 가계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출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산층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동반돼야 한다. 지금의 중산층은 숫자로는 고소득에 속할 수 있지만, 체감 현실은 저소득에 가까운 불균형 상태에 있다. 이 괴리를 좁히기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이 없다면, 중산층은 더 이상 ‘국가 경제의 허리’가 아니라 ‘위험 요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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