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가 제시한 '대체건강식단(AHEI)'이 건강한 노화에 가장 효과적인 식단으로 입증됐다. 채소, 통곡물, 견과류, 불포화지방 중심의 식단은 70세까지 질병 없이 인지·신체·정신 건강을 유지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꾸준한 실천이 장수보다 중요한 ‘건강 수명’ 연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 식단의 원칙과 구성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이 개발한 대체건강식단(AHEI)은 과일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불포화 지방을 핵심으로 삼는다. 이 식단의 큰 특징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노화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특히 감자나 정제 곡물, 가공육, 트랜스지방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식재료는 최대한 배제하며, 식품의 질까지 고려한 식단이라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보인다.
하루 최대 5회 이상 채소를 섭취하며 녹색 잎채소는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감자와 감자튀김은 피해야 한다. 과일은 하루 4회 섭취하되, 과일주스는 혈당에 좋지 않기 때문에 배제된다. 통곡물은 하루 5~6회까지 섭취할 수 있으며, 정제된 밀가루류는 지양한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부, 콩, 렌틸, 견과류 등을 하루 한 번 이상 포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생선 섭취를 통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조리에는 포화지방이 아닌 올리브유, 카놀라유, 땅콩유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버드 식단은 단순한 '저염식'이 아닌, 몸의 염증 반응과 인슐린 반응까지 고려한 정교한 건강 식단이라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 식단을 가장 잘 지킨 사람들은 70세 기준 건강 노화 가능성이 86% 더 높았으며, 75세에는 2.2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30년에 걸친 대규모 인구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이기에 신뢰도가 높다.
건강한 노화를 위한 식단 비교
연구진은 미국 성인 10만 5천 명을 30년간 추적하며 다양한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버드의 AHEI 식단이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였고, 고인슐린혈증식단(EDIH)과 대체지중해식단(aMED)이 뒤를 이었다. 고인슐린혈증식단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식단으로 통곡물, 콩류, 견과류의 섭취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지중해식 식단을 기반으로 한 aMED는 올리브유, 생선, 견과류의 비중을 높이고, 포화지방의 섭취는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고혈압 예방을 목적으로 한 DASH 식단은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며, 지구건강식단(PHDI)은 환경까지 고려하여 탄소 배출이 적은 식물성 단백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마인드(MIND) 식단은 인지기능 유지에 중점을 둔 식단으로, 베리류와 잎채소가 핵심이다.
이처럼 다양한 식단들이 각기 다른 건강 목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과일, 채소, 통곡물, 불포화 지방 섭취를 권장하며 붉은 고기, 설탕,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는 지양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특히 건강 노화라는 관점에서 하버드 식단은 전반적인 기준을 가장 폭넓게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연구진은 건강 노화의 정의를 단순히 병이 없는 것이 아닌, 인지·신체·정신 건강을 유지한 상태라고 규정하며, 이를 기준으로 다양한 식단의 효과를 평가한 점에서 해당 결과는 일반적인 장수 연구보다 더 실용적이고 실생활에 가까운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형 식단과 저속노화 전략
국내에서도 이 같은 글로벌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식단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가 제안한 '저속노화 식단'은 마인드 식단의 철학을 한국인의 식생활에 맞게 재해석한 사례다. 그는 통곡물 대신 렌틸콩, 귀리, 현미, 백미를 4:2:2:2의 비율로 혼합하고, 요리에는 직접 올리브유를 마시는 것이 아닌 조리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권장했다.
이는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전략으로, 식습관 변화에 따른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정 교수는 노화 예방을 위한 식단은 개인의 기호와 생활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유튜브와 책을 통해 저속노화 식단을 알리는 활동이 늘고 있으며, 중장년층 이상의 건강 관심 증가와 맞물려 실천 사례도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건강하게 늙는 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버드 식단과 같은 세계적 가이드라인을 한국적 환경에 맞게 변형하는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실천이 아닌 꾸준한 개선이며, 이는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식단을 꾸준히 유지한 참가자는 전체의 9.3%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건강 노화 지표는 다른 그룹보다 현저히 우수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유연한 식단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식단은 없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건강 상태, 유전적 요인, 환경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는 다를 수 있으며, 건강한 식단은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마르타 과슈-페레 교수는 “식물성 식품 중심에 건강한 동물성 식품을 적절히 조합하는 방식이 이상적”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극단적인 식이요법보다 실현 가능하고 맛도 있는 식단이 더 오래 유지되며, 장기적인 건강 효과로 연결된다는 점도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었다. 즉, 식단은 나에게 맞게 변형하되, 건강한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 식단을 단기간 시도하다 중단하게 되는 이유는 지나치게 제한적인 식단 구성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 식단은 맛, 다양성, 영양을 모두 고려하여 일반인도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의 활용이다. 믿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고, 그것을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유지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노화와 장수의 첫걸음이다.
정보 출처: 알쓸쩐담 경제생활